Dr. 하우수 酒-醉夢

  • Dr. 하우수
    Written by 風月樓主

    “삼 일 뒤에 나갈 커스터마이징, QA 들어갔어?”1) 2)
    “아니요. 오늘까지 주기로 했는데요.”

    저녁 먹으러 나간다더니 10시 다 되서야 들어온 영업팀 김과장이 괜히 시비다. 또 어디서 법인카드로 여자랑 술 마시고 왔겠지.

    “지금 몇 신지 알어? 아직도 안 끝나면 어떻게 해?”
    “IT 에서 '오늘' 은 다음날 아침에 사람들 출근하기 전까지 아닌가요.”

    윤대리는 가운데 손가락을 세워 요 철자(凸)를 만들고 그걸로 안경을 추켜세웠다. 이런 소심한 복수라도 해야 그나마 속이 편하다.

    “그리고 거의 다 됬어요.”
    “오 그래?”

    김과장이 얼굴을 들이대자 술 냄새가 확 풍긴다. 순간 짜증이 몰아쳤지만 아무 말 없이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이번에 들어온 요청이 각 설정을 서버에 저장하도록 바꾸는게 메인이였죠?”

    윤대리는 여기 저기를 능숙하게 클릭한다. 프로그램은 잘 실행된다.

    “이제 에러 메세지랑 외국어 데이터 받은거 추가하면 되요. 됬죠?”
    “그래? 근데 이건 왜 그래?”

    확인을 누른 설정창이 꺼지지 않는다. 당황해서 몇 번 더 확인을 누르지만 반응은 없고, 창을 움직여도 반응이 없다.

    “너무 느린거 아냐? 이래가지고 되겠어?”
    “아뇨……. 이건 …….”

    윤대리는 재빠른 손놀림으로 Process Explorer 를 켰다. 프로세스 강제종료를 눌러도 반응이 없다. 다른 프로세스는 모두 정상이고, CPU 나 메모리 사용량도 정상이다.

    “좀비 프로세스네요.” 3)

    * * *

    “하우수 박사님.”
    “왜.”

    경리실 양 실장이 땍땍대며 하박사를 찾았다. 남들은 담배피는 계단에서 유유히 NDSL을 하는 회사 최고의 한량이었다.

    “이틀 뒤 릴리즌데 버그가 났어요. 좀비 프로세스예요.”
    “그래? 그건 애들도 고치겠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예요. 프로그램은 천줄도 안 되는 데 과장급 세 명이 오전 내내 달라 붙어도 버그를 못 찾았어요.”
    “그래? 그 정도면 레이튼 교수의 이상한 마을 보다는 할 만한 문제구만. 자료는?”
    “주석도 잘 안 남기는 인간들 한테 뭘 바라세요.”
    “알았어.”

    하박사는 문제를 봤다는 과장 셋을 불렀다. 남자 둘에 여자 하나. 매일 보던 얼굴이었다.

    “채과장, 모과장, 계과장. 또 너희들이냐?”
    “왜 부르셨어요.”
    “박사님이랑 놀면 인사고과 떨어뜨린다는데.”
    “하박사님. 저희도 저희 생활이 있다고요. 가끔 다른팀에서 도움 요청을 받고 나가기는 하지만 우리 일도 바빠요.”
    “괜찮아. 오늘 오전에 본 정부 과제 문제야. 그리고 양실장 오더야.” 4)
    “아. 사장님 따님이요. 뭐 그럼 우리 부장이 뭐라고 욕은 안하겠군요.”
    “매일 별다방 커피 한잔씩 사잖아. 그 대가라고 생각해. 자. 뭘 봤지? 프로그램 구조는?”

    회의실의 빔 프로젝트를 켜자 벽에 소스코드가 빽빽히 적힌다.

    “그런건 미리 보고 좀 오세요.”
    “내가 터널 증후군과 건초염이 있는거 까먹었나? 소스 하나 보는게 고통스러워.” 5)
    “그럼 와우는 마약이라도 되요? 그건 하루 네 시간씩 꼬박 꼬박 하잖아요.”
    “내 손가락과 손목은 와우 전용이라서 말이지. 와우가 마약보다 더 세. 니가 스크롤 좀 돌려봐.”

    하박사는 레이저 포인터로 계과장의 가슴골을 가르켰다.

    “박사님. 이건 성희롱이예요. 고소하겠어요.”
    “세상에 세가지 성별이 있지. 남자. 여자. 공대여자. 우리나라에서 성희롱은 여자 한정이야.”
    “뭐라고요?”
    “일단 일 하자고. 증상은 어떻지?”

    한 명씩 의견을 말하고, 하박사는 화이트보드에 이것저것 적기 시작한다.

    “좀비 프로세스요.”
    “가끔 Access Violation 에러가 나요.”
    “모든 에러가 간헐적으로 발생합니다.”
    “좀비 프로세스에 Access Violation 이라... 프로세스 종료 시점에 뭔가 문제가 되는거 같군. 구조가 어떻지? 누가 UML 그려 놓은거 없나?”

    장발의 채과장, 그리고 머리를 짧게 깍은 모과장이 각기 의견을 냈다.

    “설정창은 별도의 프로세스를 열어서 구현하게 되어 있어요.”
    “이번에 처음 만든 프로그램이라 기존 수정 내역 같은 것도 없네요, 일단 사용한 라이브러리는 예전에도 쓰던 거예요.”
    “계과장?”

    한숨을 쉰 계과장이 대답한다.

    “사용하는 라이브러리마다 개별적인 유닛 테스트가 붙어 있어요. 틀릴리가 없어요.” 6)
    “라이브러리의 최근 수정 내역은?”
    “윤대리요. 하지만 윤대리가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바뀐 내용이 없어요. 그나마도 윤대리가 큰 수정은 없고 사용법만 조금 변경했데요.”
    “애송이들은 유닛 테스트가 뭔지도 모르지. 라이브러리 유닛 테스트를 확인해봐. 여기 코드는 간단하니 일단 그 쪽 문제일거다.”

    하박사가 계단에서 러브플러스를 하고 있을 때, 셋이 다시 찾아왔다.

    “네네랑 데이트 중이야. 일단 말로 간단하게. 설명해 봐.”
    “라이브러리는 깨끗해요.”
    “명세서 한 줄 한 줄 검토했지만 틀린게 없어요.”
    “그럼 라이브러리 문제는 아닌거 같은데... 그럼 뭐가 원인일까?”
    “메인 코드 문제요.”
    “설정창은 메인 프로그램과 프로세스 통신을 하죠. 그쪽에서 데드락이 일어난 건 아닐까요?”
    “라이브러리를 잘못 합친다고 좀비가 나오진 않지. 프로세스 통신 문젠거 같네. 지금 뭘 쓰고 있지?”
    “윈도우즈 메세지, 글로벌 뮤텍스, Memmaped IO, 소켓 통신, DB 연결 모두다 조금씩 써요.”
    “좋아. 그럼 모든 패킷 잡아서 목록 만들고 하나씩 찔러봐.”
    “그거 다 하면 오늘 10시가 넘어요.”
    “쉬이이잇-”

    하박사가 그들의 말을 끊었다.

    “어차피 상사가 퇴근 안하면 집에 못가잖아? 양실장 분부를 받드는 부장이 퍽도 집에 보내주겠다. 가서 하기나 해.”

    하박사는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일 시키고 와우 일일퀘와 레이드를 한바퀴씩 돌았다.

    “으... 오늘 너무 일해서 죽을거 같군. 집에나 가야지”

    하박사는 손을 비비며 엘레베이터로 가고, 양실장이 길을 막았다.

    “버그 하나만 봐주세요.”
    “난 할 만큼 했어. 집에 간다.”
    “버그 하나만 봐주세요.”
    “싫어. 오늘 치 일 다했잖아.”
    “물론 월급 덜 받는 대신 정년 보장 해달라고 해서 입사한 건 사실이지만, 포닥까지 하고는 취직도 못해 빌빌대던 박사님께 사람 구실을 할 수 있게 취직 시켜주신건 우리 아버지 아닌가요?”
    “그래. 덕분에 또 어디 바보 같은 버그 만든 개발자 뒤치닥거리나 해야지.”
    “하우수 박사님.”

    양실장이 앞 주머니에 있던 뿔테 안경을 쓰곤 옆에 낀 파일에서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

    “쓰시는 모니터 세 대 중에 한 대가 원래 QA 실로 가야 했던거 알고 있어요.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모니터 치울겁니다.”
    “안 쓰는거 가져오면 내꺼지. QA 하는 애들은 원격으로 붙으면 돼.”
    “모니터가 두 개로 줄면, 아이유 방송 영상 보면서 와우와 공략사이트를 켜놓는건 불가능해지겠죠.”
    “젠장.”

    * * *

    [중간광고] 이 글은 미국 드라마 House M.D. 의 패러디로, 판커그에서 하는 잉여로운 단편제를 위해 쓰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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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Program files 밑에 설정파일을 저장했는데 데이터를 못 읽어 와요.”
    “해 봐.”

    눈이 큼지막한 여사원이 툴툴거리며 마우스를 딸칵 거렸다. 공대에 있었다면 여신 소리를 들었을 얼굴이지만 모니터를 지키려는 일념으로 온 하박사에게는 그런건 눈에 들어 오지도 않았다.

    “못 읽죠?”
    “로그 메세지는 어디있어.” 7)
    “그게 뭐예요?”
    '이런 개 같은. 학교 숙제는 선배시켜서 했냐? 취직도 누구 꼬셔서 했나.'

    하박사는 한숨을 쉬었다.

    “브레이크 포인트는 걸 줄 아냐?” 8)
    “네.”

    여 사원은 종이를 꺼내고, Ctrl+F 를 누르고 함수 이름을 치더니 한참을 기다린다. 파일의 특정 위치를 저장하는 북마크 기능의 존재는 아에 모르는 모양이다.

    “여기에 설정파일 패스를 넣었는데 안되요.”
    “누가 C/C++ 문자열에 대해 알려준 적 없냐?”
    “왜요?”
    “역 슬래시 두개를 쳐야 하나로 보여. 역슬래시 하나 뒤에 n 이 들어가면 \n 이 되서 줄바꿈이 되는 것 처럼.”
    “아 들은거 같아요.”

    여직원은 꿈지럭 꿈지럭 거리며 지적받은 부분을 고쳤다.

    “되요. 되요.”
    “당연히 되지.”

    하박사는 품에서 NDSL 을 꺼내며 몸을 돌리고, 여직원이 그런 그를 붙잡는다.

    “다음에도 모르면 물어 봐도 될까요?”

    은근 슬쩍 가슴 사이로 팔을 집어 넣는게 수상하다. 평범한 붕어라면 떡밥을 물어 어장안으로 들어갔을테지만 하박사는 러브플러스를 하며 네네와 사귀는 남자. 3D 여자에는 넘어가지 않는다.

    “이런걸로 징징대지 말고 공부해. 안 그러면 잘린다.”

    * * *

    “야. 담배 피러 가자.”
    “잠깐만. ”

    박과장이 열심히 키보드를 치고 있다. 타타타탁 소리가 나다가 잠깐 마우스 소리. 또 타타타탁 소리가 나다가 잠깐 마우스 소리가 나는 거 보면 이건 일 하는건 절대 아니다.

    “또 어느 년이랑 채팅질이야. 급한거 아니면 가자.”

    박과장 자리에는 반 투명한 네이트온 대화창이 네이버 광고에 절묘하게 걸쳐져 있었다. 눈 나쁜 사장은 바로 뒤에서 쳐다 봐도 채팅창을 발견하지 못 할 정도로 절묘한 위치였다.

    “이 시간이면 집에 가서 잠이나 자는 놈이 왜 난리야. 남 연애산업에 끼어들지 마.”
    “연애? 너 게이냐? 남자랑 무슨 연애야?”
    “소개팅 주선해달라고 징징대는 중이다. 평생 싱글로 살기 싫으니까 방해하지 마셔.”
    “싱글? 싱글이라.”

    * * *

    “윤주원 대리?”

    탕비실에서 설탕만 남은 커피믹스를 버리던 윤대리는 졸린 눈으로 뒤를 돌아 봤다. 깍지를 쥐었다 폈다 하는 저 남자는 옆 파티션에서 매일 게임만 하는 한량이었다.

    “왜요?”
    “내가 하우수다.”
    “네?”

    모니터를 병풍처럼 펼치고 업무시간에 대놓고 와우를 하는 폐인과, 업계의 전설로 남은 프로그래머를 연관짓기는 쉽지 않았다.

    “왜 거짓말 했지?”
    “뭘요?”

    하박사는 윤대리를 끌고 가서 자리에 앉게 하고, 모니터에 지문을 남기며 여기 저기를 지적했다.

    “라이브러리는 고친거 없다면서 이게 뭐야.”
    “이게 뭐가 문제죠? 이건 단순한 싱글톤 패턴이라고요! 둘이 하는 일은 똑같아요.”
    “그게 니가 배운 한계지. 하지만 현장은 달라.”
    “갑자기 와서 왠 시빕니까. 빨리 디버깅 해야 하니까 자리에 가서 와우나 하세요.”

    하박사는 갑자기 종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원래, 로그를 찍는 클래스만 싱글톤이었어. 하지만 니가 편의를 위해 데이터베이스를 건드리는 클래스를 싱글톤으로 짰지. 하지만 싱글톤은 객체가 삭제되는 시점을 보장하지 않고, 따라서 로그 찍는 클래스가 소멸 한 다음에 데이터베이스 클래스가 죽으면서 안에서 로그를 찍는 거야. 펑! 정의되지 않은 행동은 항상 온갖 바보같은 결과를 내지. 여기. 여기. 로그 찍는 루틴을 이걸로 바꿔봐. 이 메세지가 로그에 남으면 내 가설이 맞는 거야.”

    퀭해 보이던 윤대리의 눈에 금방 생기가 돈다.

    “맞아요. 찾았어요. 감사합니다. 이것만 고치면 오늘은 막차 전에 집에 가겠네요.”
    “웃기네.”

    하박사는 프린트한 종이 한장을 내밀었다.

    “니가 저렇게 구현했던 모든 곳을 뒤져온 거야. 다 고쳐.”
    “네? 안 급하잖아요.”
    “저거 쓰는 다른 팀 릴리즈도 이틀 뒤야. 닥치고 고쳐. 그게 니 죄의 댓가다.”

    하박사는 깍지를 끼고 손을 부비며 퇴근 하고, 남은 윤대리는 머리를 쥐어뜯고 또 하루 밤을 샜다.

    “밤 12시에 건물 모든 창문에 빛이라... 이게 IT지.”








    1) 커스터마이징 : 고객의 요구에 맞추어 프로그램을 수정해주는 일
    2) QA : Quality Assurance. 완성된 제품의 전체 혹은 일부의 동작을 확인하는 일.
    3) 좀비 프로세스 : 프로세스를 종료했지만 죽지 않고 남아있는 프로그램을 말함.
    4) 정부과제 : 정부가 갑이 되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하는 거에 비해 많이 남긴 하지만 그게 돌아가지도 않는 걸 줘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5) 터널증후군, 건초염 : 각기 손목과 (주로) 손가락에 통증을 느끼는 병. 프로그래머의 직업병이랄까...
    6) 유닛 테스트 : 프로그램 전체가 아니라 그 구성하는 일부분 일부분 각각을 테스트함.
    7) 로그 메세지 : 나중에 버그를 잡기 위한 용도로, 프로그램 내부에서 출력하는 메세지. 사용자는 알 필요 없다.
    8) 브레이크 포인트 : 버그를 잡기 위해 중간중간 프로그램을 멈추게 하는 표시. 버그 잡을때 필수품.



    --
    폭풍 애사심 발휘로
    회사 블로그 서비스로 옮길까 찔끔 고민중..

한국 IT 산업의 현주소를 알리는 책

한국 IT산업의 멸망한국 IT산업의 멸망 - 6점
김인성 지음/북하우스

* 별점 분포
5~4개: 아직도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고 생각하시는 분. 각종 정부규제를 당연하게 여기셨던 분.
3개: 이 책 내용이 이미 친숙하신 분.
2~1개 : MS가 독점과 횡포로 커간 기업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계시는 분. 저자의 주장 이상의 지식을 알고 계신 분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인터넷과 업체 종사자들에게는 거의 십 년 전부터 떠돌던 내용을 긁어 모은 것이 불과한 것일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우리들끼리의 문제의식을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집대성 하고, 정리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큰 맥락의 말은 흠 잡을 것 없이 완벽하다. 우리나라의 IT 산업은 예전의 영광만을 가지고 있을 뿐, 점점 주류에서 밀려나고 있다. (삼성은 IT 기업이 아니라 전자제품 기업이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FaceBook 의 자리는 우리나라의 싸이월드가 차지할 수도 있었을 자리고, 무선통신시장에 와이브로라는 표준을 성립해, 특허료로 놀면서 돈을 벌 수도 있었고, 늘어만 가는 한류 붐을 타고 전 세계가 원하는 컨텐츠를 손쉽게 보급해 엄청난 돈을 긁어 모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좁은 안목과 안이함으로 인해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이 책은 이런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짚으며,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와 대기업들은 이런 문제점과 해결책이 이해가 되지 않는 분들인 것 같다.

IT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항상 이 말을 명심해야 한다. 클릭 한번으로 새로운 제품을 써 볼 수 있는 IT업계에서는, 일 등이 아닌건 모두 사라진다.


ps) 애플과 구글을 옹호하고, MS와 삼성을 평가절하하는 저자의 주장에 전적 동감하시는 분들은 "초난감 기업의 조건" 이란 책도 한번 살펴 보시기 바란다. 한 산업의 흥망성쇠는 기술 그 이상의 것이 중요하다.

http://lymose.egloos.com2011-05-15T13:02:420.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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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글 모음. '오늘의 장르문학' 후기-리뷰

오늘의 장르문학오늘의 장르문학 - 8점
이영수(듀나) 외 지음/황금가지

네이버 캐스트(http://navercast.naver.com/) 를 아십니까? 매일 짤막짤막한 읽을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네이버의 서비스. 그 한 구석에 오늘의 문학(http://navercast.naver.com/list.nhn?category_id=28&category_type=series)이라는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옆 나라에서 해리포터를 만들었을 때, 우리네 어른들은 그 숫자에만 관심이 있었지 정작 우리의 장르소설은 애들이나 읽는 물건이라며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오늘의 장르문학'은 거친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진짜배기 작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몇 안되는 창구였습니다.
책을 받아들고 문득 예전 생각을 떠올려봅니다. 글만 있으면 무엇이든 읽던 시절. 세계 문학 전집에서 가장 재밌었던건 SF모음집과 추리소설 모음집이었습니다. 분명 장르문학이라는 카테고리에는 무협지와 판타지만 있는건 아닐텐데, 어느샌가 다른 장르를 거의 잊고 살았던 저를 깨달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어느샌가 장르 편식을 해 온 모양입니다. 그게 제가 매번 읽던 판타지 소설을 접어들고 오늘의 장르문학을 집어든 이유입니다.


오늘의 장르문학에서는 10개의 글을 소개합니다. 그중 몇 몇에 대해 간단하게 하나씩 논평을 하자면,

듀나 : 디북
가상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육신과 정신을 분리시키는 가상공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만, 후반부의 비약은 상상력을 즐기기에는 너무 급작스러운 전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영도 : 에소릴의 드래곤
이영도 특유의 센스와 상황설정이 돋보이는 글입니다. 그 상황을 즐길수 있게 하는 판타지적 상상력이 글을 더욱 맛깔나게 하는데, 일반적인 독자가 판타지에서 기대하는 그런 갈등이 주가 아니라 오히려 순문학에서 다룰만한 내용이 주가 되어 약간은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장은호 : 생존자
'갑자기 납치된 상황' 이라는 조금은 상투적인 발상으로 시작합니다. 글은 조금씩 긴장감을 높이게 되며, 결국에는 상상력이 가져다 준 최악의 공포로 글을 마무리 짓게 됩니다. 호러라는 장르에서, 그것도 짧은 단편이라는 포멧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명섭 : 바람의 살인
고구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입니다. 배경은 고구려시대지만 군대라는 곳으로 한정시켜 그 매력을 모두 살리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반전과 트릭, 그리고 거짓말들이 글을 맛깔나게 만듭니다. 그러나 거꾸로 이게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 많은 트릭을 담기에는 단편이란 공간은 너무 좁아보였거든요.

최혁곤 : 밤의 노동자
심각한 추리도, 트릭도 없지만 범인을 쫒는 형사물도 추리소설의 일부였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문장으로 추격신을 완성했죠. 거기다 작가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아 독자마저 글의 목적을 잘못 알게 만듭니다. 추격신, 그리고 적당한 공포로 말이죠.

문지혁 : 체이서
이 책에서 제일 재밌는 단편이라고 생각합니다. SF에서 가장 흔한 로봇이라는 수단을 이용해서 추리라는 양념을 섞은 글. 그 매력적인 장치는 설명하는 것 만으로도 글의 재미를 해칠 수 있는 부분이라 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전체적으로 간단하게 평가하면, 이 책은 장르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종합선물세트로, 관심있는 사람에게는 입문서로 다가갈 수 있을겁니다. 판타지, 호러, SF, 추리까지 모든 부분을 재미를 조금씩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네이버의 이런 시도가 계속 되어 많은 사람들이 장르문학의 재미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http://lymose.egloos.com2010-12-31T14:03:310.3810

선생님 요청으로 동영상 업로드...








YouTube 는 배경음악 때문에 동영상을 자르고,
이글루스의 동영상의 아름다운 정책으로 비밀글에 추가한 동영상은 공유가 안됨을 깨닫다...

금융공학 계산기 BA II Professional 모사 프로그램 劍-鍊劍

아직은 기본적인 기능만 되고, I/Y는 계산이 안되지만 일단 올려봅니다.

질문 및 문의는

lymose[at]gmail.com



간단하게 지역코드 해제. DVD43 후기-리뷰

http://www.dvd43.com/

DVD 지역코드 해제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지역코드(Region code)는 DVD 발매사에서 나라마다 생기는 발매 시점의 차이나 가격 차이로 인해 판매한 지역과 다른 지역에서 DVD 재생 및 복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이런 지역코드는 DVD Driver 안에 내장되어 있으며, 별다른 프로그램 설치 없이도 간단하게 변경이 가능하나 보통 6번 가량의 변경횟수 제한이 있습니다. 만약 지역코드 문제로 재생되지 않는 경우에는, 제가 구해서 테스트 해본 모든 무료 DVD 재생 프로그램에서 별다른 에러 메세지 없이 재생을 거부하며 프로그램이 죽어버리더군요..

이런 지역코드를 해제하는 방법으로는
1. DVD Driver 에 들어있는 지역코드를 삭제하는 방법
2. 지역코드를 무시하고 동작하는 DVD 플레이어 사용

이 있는데, 왠지 전자는 찜찜하고 후자는 무료로 제공하는게 없습니다. 그래서 2번은 포기하고 지역코드를 풀어준다고 하는 것들 중에 무료인것을 이것저것 깔아서 테스트 해봤는데, 이 프로그램이 월등히 좋더군요.

이 프로그램은 드라이버를 설치하고는 상주형으로 돌아가서, 지역코드걸린 DVD 가 들어오면 자동으로 풀어주는 기능을 합니다. 실행도중에는 트레이에 아이콘이 생기며 자동으로 DVD 인식을 하기에 사용이 편하며 기존에 사용하던 DVD player 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닙니다. 추가로 DVD 복사등의 모든 작업도 가능합니다. 설치후 재부팅이 필요하지만 장점에 비교하면 그리 불편하지는 않은듯 합니다.

ODD 종류에 따라 이 프로그램이 동작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맥북은 안되더군요..) 그런 경우는 골룸... 보통 미츠시비꺼가 잘 안된다고 하더군요. 대부분 PC 에서는 잘 되니 한번쯤 해보시는건 어떠실런지요.


ps) 다른 좋은물건 알고 계신분 제보좀.. 굽신굽신
ps) Michael Jackson Number Ones DVD(지역코드 US) 인거 사실분 계십니..;;;

내 귓속 달콤한 롤리팝, 백지영 미니앨범 EGO 후기-리뷰

백지영 미니앨범 - Ego - 8점
백지영 노래/로엔



이제는 번거로움의 상징이 되어버린 CD 를 집어넣고 음악을 켠다.
쿵쿵대는 빠른 박자가 살짝 지루하게 느껴질 때 쯤, 백지영 특유의 허스키한 콧노래로 노래가 시작된다.
복귀한 뒤의 백지영은 발라드 위주로 나갔던 터라 간만에 댄스로 컴백한 그녀의 노래에 대한 기대가 조금씩 커질때 쯤,
마치 짐승의 목소리와도 같은 랩이 터져나온다.

어색함도 잠시.
두 사람의 목소리는 극명한 대조를 통해 하나의 화음을 이루어 간다.






어머니가 좋다 좋다해서, 발라드 노래를 예상하고는 한번도 듣지 못한 음반을 렛츠리뷰를 통해 신청하게 되었다.
듣기로는 미니앨범이었는데 케이스가 커서 조금 흐믓했다는 건 비밀.
앨범은 가사집과 화보집이 합쳐진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은 일부만 촬영하였습니다.)




아무리 봐도 인공미가 넘치는 사진은, 이 앨범이 전자음으로 반쯤 도배 되어 있을거란 강한 확신을 준다.
결국 노래를 들어보니 예상과 별반 다를바 없었다.
뭔가 기대했던 '백지영스러움' 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꽤나 잘 만든 음반인듯 하다.
그리고 어머니는 내 예상보다 훨씬 트랜드에 민감하셨다 Orz

안에는 다음과 같은 곡이 들어 있다.

1. 내 귀에 캔디 (feat. 택연)
곡 전체가 '미녀와 야수'의 느낌이었다.
비록 택연의 목소리는 그렇지 않지만, 노래방에서 커플끼리 염장지르며 부르기 좋은 곡인듯 하다.
(다시금 생각해보니 백지영의 노래가 전체적으로 그런듯 하다.)

그러나 백지영의 보컬은 미녀와 야수라는 대조로 쓰기에는 살짝 허스키한 목소리이라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요즘 나온 댄스곡 중에슨 수준급인것 같다.


2. 비라도 내렸으면 좋겠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 앨범에 들어갔어야 할 건 내귀에 캔디 리믹스 삼종셋트가 아니라, 이 곡의 발라드 버전이다..
발라드였다면 어땠을까 싶어 살짝 아쉬운 곡이다.


3. 괜찮다고 말하고
평이한 발라드 곡이다. 괜찮은 편


4. 내 귀에 캔디 리믹스
세가지 리믹스 중에 Super Touch Refix 가 제일 나은듯 하다.
그러나 그것도 원곡같은 느낌은 없다.
살짝 아쉬운 부분이었다.

렛츠리뷰

귀를 막고 밤을 달려 도착한 지옥,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후기-리뷰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 10점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씨네21

책은 주인공 나미키 나오토시의 난데없는 독백으로 시작된다. 세명의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사명감에 가득 찬 독백. 그러나 그 독백에서 원한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로지 종교에 가까운 신념과 차가운 이성으로 살인을 다짐하는 냉혹한 살인자만 있을뿐. 살인의 필요성에 대한 광적인 확신과 살인 대상이 '각성' 하기 전까지 모든걸 끝내야 한다는 되뇌임은, 소설의 장르를 의심하게 만들정도로 묘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러나 나미키에게는 냉철한 마음으로 살인을 준비할 시간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살인은 하되 들키고 싶지 않다는 살인자의 논리에 허우적 거리고 있을때 쯤, 전희로 달아오른 몸이 채 식기도 전에 벌어진 첫번째 살인. 그리고 시작되는 즉흥적인 살인의 연속...

작가는 살인의 동기에 대한 궁금증이 떠오르지 않도록, 독자의 머릿속을 묘한 흥분으로 채워 넣는다. 관능소설인가 착각하게 만들정도로 음란한 분위기를 조성해 독자의 흥분을 이끌어 내고는, 그 긴장감을 그대로 이어간 채로 살인을 목격하게 된다. 그래, 처음에는 냉철한 눈으로 나미키 나오토시의 말도 안되는 억지에 분노하던 독자는, 그의 뒤를 밟으며 성적 흥분과 살인의 흥분을 점차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한장 한장 책을 넘기며 작가가 서문에 밝혔던 살인마의 파멸이 다가옴을 느낄 때, 독자는 살인마의 파멸에 안도하는 것이 아니라 예정된 또다른 파멸에 전율하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된다.

그래, 이건 추리소설도 미스테리 소설도 뭣도 아니다. 잠시 책을 덮고 마음을 가다듬으면, 살인자의 심리가 머리속을 강간하는 것 처럼 헤집고 들어와 다시 책을 펼치게 만드는, 그런 소설이다. 문장만으로 살인마를 만들 수 있다면, 이 책은 그 목록에 한 줄을 차지할 것이다. 이렇게 문장만으로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게 하는 글은 오랜만이기에, 최고의 찬사와 추천을 아끼지 않겠다.


ps) 그러나 마지막의 종장은 글에 편입 시키는게 아니라, 에필로그나 번외편의 형식으로 본문과 살짝 띄워 두는게 좋을듯 하다.
http://lymose.egloos.com2009-09-29T04:08:400.31010

테드 창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당신 인생의 이야기 후기-리뷰

당신 인생의 이야기당신 인생의 이야기 - 8점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행복한책읽기

SF 시장이란건 거의 죽다시피 한 국내에서, 베스트셀러까지 올라간 SF라는 타이틀은 단순한 베스트셀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심지어는 포스트 아시모프 소리까지 간간히 나오고 있는 상황에, 지인이 책을 가지고 있어 한번 읽어 보았다. 그리고 나서 느낀건, 이 책은 소름끼치도록 잘 쓴 책이지만, 마케팅의 힘 없이는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했을 책이라는 것이다.

책의 처음을 장식하는 테드 창의 처녀작 바빌론의 탑은 그나마 읽기 쉬운편에 속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뼈속까지 공대생이라고 자부하던 본인도 너무 막 나가는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하드코어하다.
하드코어SF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테드 창이 서술해 나가는 인간 군상은, 그가 제시한 모든 SF 적인 설정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공감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뒤에야 소설속 주인공은 생명을 가지고 자신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 주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가 제시하는 개념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짤막한 지식만으로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던 친절한 아시모프의 글과 비교하면 그런 이질감이 더욱 심화 되는데 이해, 네 인생의 이야기가 특히 심하다. 나머지도 상대적으로 쉽기는 하지만, 장르문학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너무나도 버거운 스토리텔링을 취하고 있다. 장르문학을 잘 보지 않은 사람에게, 갑자기 독창적인 세계관을 주입하는 서술방식은 단순한 설정 나열로 인한 지루함을 없에기 보다는 글의 이해도를 떨어트린다. (지인도 공대생이었지만 책 이해에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하지만 이런 고난을 지나면, 무지막지한 작가의 역량에 빠져들어 그가 창조한 완전히 새로운 세계의 주민을 만나는 일만 남았다. 단지 그 SF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일 뿐인데, 그 설정이 너무 매력적이라 책이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흡입력을 지녔다. 간단하게 책을 요약하면,

바빌론의 탑은 아래로도, 위로도 끝이 보이지 않는 극한의 고공 생활을 그리고 있다.
이해는 약물로 초인적인 능력을 지니게 된 사람의 사상을 그린다.
영으로 나누면은 수학에 탐닉하다 일반적인 분별력을 잃어버린 사람을 묘사한다.
네 인생의 이야기는 외계인과의 접촉을 통해 인과론이 아닌 목적론 적인 사고방식을 하게 된 사람의 심리를 그린다.
일흔두 글자는 골렘이란 소재에서 생명윤리를 논한다.
인류과학의 진화는 인간이 진화하면 어떤 모습일지, 기존 인류와는 어떤 관계일지를 묘사한다.
지옥은 신의 부재는 무엇이 신앙인가에 대한 나름의 결론을 제시한다.
외모지상주의의 소고는 사람의 미가 없어진 세상을 묘사한다.

이렇게 테드 창은 기존 SF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물리와 수학의 범주를 가볍게 넘어 생물학, 언어학, 신학과 사회적 문제에 대한 윤리적인 접근을 아우르는 방대한 스케일을 보여준다. 이 또한 천재의 증거라 하겠지만, 어쩌겠는가. 테드 창은 천재다. 하지만... 천재의 말은 범인이 이해하기 힘든 법이다.


별점은 “난 재밌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기는 어려운”책이라는 이유로 4점 준다.
http://lymose.egloos.com2009-09-18T13:48:35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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